2009년 12월 1일 화요일

재택 근무와 관련된 짧은 경험

약 3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아직 새로운 회사가 셋업이 되지 않아서 몇일간 재택 근무를 해야 할 것 같다.

 

마침 고향에서 어머니가 아들을 보러 오셨다. 현재 글을 쓰는데 옆에서 TV를 보고 계신다. 근데 이상한 것은 이전에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고 특히나 TV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은 그냥 일하는 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신기하게도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된다. 사람은 분명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임에 틀림없다.

 

재택 근무는 분명 개인에게 장점이 많은 근무 형태이다. 특히나 맞벌이가 많은 요즘 가정에서 재택 근무는 많은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는 택배나 가스점검 같은 것을 받기가 좋을 것이고 복잡하게는 육아 문제도 많은 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택 근무가 조직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인가는 현재로서는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원격지에서의 협업은 새로운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고 여전히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상호간에 의사소통이 높아질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의 도출이 더 쉬워진다는 사실(붙어서 막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을 생각할 때 창의적인 일의 진행도 한계를 가질 것이다.

 

평가와 관련된 이슈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형 눈 붙히기와 같은 정확히 성과가 측정되는 부류의 일이 아닌 지식 노동자는 자신의 성과를 나타내는 유일한 방법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을 평가자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관적인 말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재택근무를 하면서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당연히 성과를 측정하는 정교한 모델도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결국 이러한 모델의 개발은 비용이라는 것이다. 또한 비용을 무한대로 들인다고 가정해도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도 고립된 느낌을 가질 것 같다. 회사에서 정말 일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다른사람과의 교감, 관계형성 자체가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관계에서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매일매일을 IT 기기(컴퓨터, 휴대폰, 전화, 팩스) 등만 상대하게 되는 일이 많은 재택 근무는 사람의 본성에 위반되는 일일 것이다. 좀 과장해서 자신이 만든 감옥에서 일을 하게 되는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혹은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내 마음속에는 어느정도 결론이 나온 것 같다. 완전한 재택근무는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특정기간 동안 적용 하는 것은 분명 장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아니면 주기적으로 1주일에 반은 출근 반은 재택 근무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장점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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